제45회를 맞은 GITEX GLOBAL 2025가 10월 13일부터 17일까지 두바이 월드 트레이드 센터(DWTC)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중동을 넘어 세계 각국의 기술기업과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인 이번 행사는 AI(인공지능), 반도체, 데이터센터, 스마트시티, 보안, 로보틱스, 헬스테크 등 전 산업 분야를 아우르는 글로벌 기술 축제로 진행됐다. 행사 기간 동안 두바이는 명실상부한 ‘기술 수도(Tech Capital)’로 변모했다. 같은 시기 두바이 하버(Dubai Harbour)에서는 스타트업 전시회 Expand North Star 2025가 열려 글로벌 혁신기업과 투자자 간의 협력이 이어졌다.
올해 GITEX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 분야를 넘어 모든 산업이 AI와 연결되어 소개되었다는 점이다.
스마트 도시 인프라, 제조, 금융, 의료, 물류, 교육 등각 분야의 기업들이 자사의 제품과 기술을 설명할 때 하나같이 “AI가 어떻게 이를 변화시키는가”를 중심에 두었다. 즉,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불문하고 모든 기술이 ‘AI 융합’을 통해 새 의미를 얻는 시대임을 보여준 것이다. AI는 더 이상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산업의 언어이자 기반 인프라로 자리매김했다.

행사장은 개막일부터 연일 인파로 가득했다. 전시장 내부의 40여 개 홀마다 각국의 기업인과 연구자들이 모여 미래기술과 산업의 방향을 논의했다. 두바이는 단순한 전시 도시를 넘어 ‘미래 산업과 혁신의 테스트베드’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장면은 곳곳에서 발견됐다. 행사장 내 식당가에서는 아침마다 한국의 K-POP 음악이 흘러나왔다. 기술 중심의 공간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들려오는 한국 음악은 K-문화가 이미 세계 산업 전시 현장에서도 하나의 문화적 배경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 KOTRA,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등 주요 기관과 기업이 참가해 AI, 보안,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국내 기업이 출품한 AI 기반 VR·AR 산업안전 교육훈련 시스템이 현지의 눈길을 끌었다. 최근 중동의 정유회사와 대기업들 사이에서 산업 현장 내 안전사고 예방 훈련의 디지털화가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기술은 실제 작업환경을 가상공간에서 재현해 훈련할 수 있는 실질적 솔루션으로 평가받았다. 현지 기업 관계자들은 전시 중 직접 상담을 진행하며 향후 후속 미팅 및 협력 논의 의사를 밝히는 등 기대감을 드러냈다.
행사장 곳곳에서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현지 관계자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장면도 자주 볼 수 있었다. 몇몇 참가자들은 간단한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는 한국이 단순한 기술 강국을 넘어 문화적으로도 친숙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국가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GITEX GLOBAL 2025는 AI가 산업의 경계를 허무는 현장을 생생히 보여주었다. 기술의 발전은 결국 사람과 산업, 그리고 도시를 연결하며 ‘경험의 기술(Technology as Experience)’로 진화하고 있었다. 한국 기술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기술을 넘은 ‘이해와 협력’의 전략,
즉 현지의 산업 환경과 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맞춤형 접근이다. 두바이가 보여준 화려한 도전 속에서
한국 기술은 분명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고 있었다.

[이지스 저널 ( Aegis Journal )=이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