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 속도는 눈부시다. 구글의 제미나이 3.0 공개 이후 오픈AI가 챗GPT 5.2 업그레이드를 내놓기까지, 선두 기업 간 경쟁은 사실상 ‘주 단위’로 전개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경쟁을 두고 “기술 발전의 황금기”라고 평가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통제되지 않은 질주”를 우려한다. 그러나 기술 경쟁을 바라보는 기준은 단순한 성능 비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AI의 발전은 과연 시민의 삶을 더 편리하고, 더 안전하게 만들고 있는가.
최근의 AI는 더 이상 연구실이나 일부 IT 전문가의 도구가 아니다. 고객센터의 자동응대, 병원의 예약 관리, 행정 민원의 처리, 교통과 안전 관제까지 이미 시민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특히 생성형 AI와 에이전틱 AI의 결합은 단순한 응답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분명 편의성을 높인다. 대기 시간이 줄고, 반복 업무는 자동화되며, 시민은 더 빠르고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기술 발전의 긍정적 효과다.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질문도 제기된다. AI가 잘못 판단했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자동화된 결정이 시민의 권리와 안전을 침해할 가능성은 없는가?
기술 기업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빠른 출시’와 ‘선도 이미지’가 강조되기 쉽다. 하지만 공공 서비스, 금융, 의료, 안전 분야에서 AI는 실험 대상이 될 수 없다.
AI의 오류는 곧 시민의 불편을 넘어, 생명과 재산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AI 기술에서 안전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전제 조건이 되어야 한다. 오류를 줄이는 기술적 정교함뿐 아니라, 사람이 개입할 수 있는 통제 구조, 판단 과정을 기록하고 검증할 수 있는 투명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최근 각국이 AI 관련 법·제도를 서둘러 정비하는 흐름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규제는 혁신의 적이 아니라, 신뢰 가능한 기술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다.
AI 윤리는 추상적인 담론이 아니다. 시민의 관점에서 보면 윤리는 매우 구체적이다.
AI가 나를 차별하지는 않는가, 나의 개인정보와 대화는 안전하게 보호되는가, 자동화된 판단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가, AI의 결정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에 답하지 못하는 기술은 아무리 뛰어난 성능을 갖추더라도 사회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 기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윤리는 후순위가 아니라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된다.
AI 경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AI가 시민의 편의와 안전을 높이는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 기업의 책임, 정책 결정자의 통찰, 그리고 사회 전체의 감시와 논의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기술은 중립적일 수 있지만, 기술의 사용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우리가 어떤 기준과 가치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AI는 시민을 돕는 동반자가 될 수도, 통제하기 어려운 위험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더 앞섰는가’를 따지는 경쟁 분석이 아니라, 이 기술이 시민의 삶을 얼마나 더 안전하고 존엄하게 만드는가를 묻는 성숙한 시선이다. AI의 미래는 기술자만의 것이 아니다.
그 혜택과 위험을 함께 감당하는 시민 모두의 선택 위에 놓여 있다.